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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 사용화에 대해서


 학계에서 주목을 받은지도, 노벨 물리학상으로 세상을 떠들썩 한지도 굉장히 오래 되었다. 당시 대학원 박사과정학생 이였던 나는, 자연스럽게 연구 주제가 그래핀으로 선정이 되었고 6년 가까이 그래핀을 연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건지는 모르겠다. 졸업 한 지금, 대기업에 취업을 해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아직까지 산업적으로 그래핀이 쓰이기에는 기술적 한계가 크다는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내가 연구했을때만 해도 그래핀이 세상의 기술 판도를 바꿀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마치 애플에서 첫 스마트폰 (아이폰)을 출시한 것 처럼. 그래핀의 두께는 약 0.35nm, 머리카락의 수십만 분의 1 수준이다. 이러한 물질이 전기도 잘 통하고, 투명하고, 강철보다 더 물성이 뛰어나다. 이런 물질을 이용한다면, 당연히 세상에는 그동안 상상도 못한 제품들이 쏟어져 출시할 것이고 우리의 삶은 훨신 편해질것이다. 2020년 지금, 아직까지는 그런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이러한 물질을 이용하여 산업에 적용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겠지만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원을 가는 이유가 다양하겠지만, 나는 단순히 취업 목적으로 대학원을 진학하지는 않았다. 뭔가 내가 연구하는 어떠한 분야가 실제 산업적으로도 널리 쓰이기를 바랬다. 그래서인지 항상 산업적인 측면에서 어떻게든 그래핀의 응용성을 고민했던 것 같다. 정말 다양한 실험들을 혼자 많이 진행한 것 같다.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실험실의 연구방향이 내가 연구 하고자 하던 방향과 일치 하지 못해서 빛을 못본 실혐 결과들도 적지 않다. 예를 들자면 탄소원자 두께를 지니는 그래핀 1층을 대면적으로 전사하는 방법, 열분해온도가 높은 고분자 필름과 그래핀을 이용한 대면적 투명전극,  결정성이 높은 다층 그래핀 성장법, 등등등..

 

그림1. (a) 다공성 실리콘 기판 위에 탄소1층 그래핀 시트를 성공적으로 구현한 광학 현미경 이미지, (b) 투명 필름 위에 전사된 대면적 그래핀 사진, (c) 高결정성 그래핀 성장 광학 현미경 이미지

  졸합한지 2년.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 이제는 그래핀을 이용하여 뭘 연구했는지 기억이 흐릿흐릿 하다. 당시에는 실험실에 출근해서 퇴근까지 하루종일 수없이 많은 그래핀을 전이 금속기판 위에 성장하고 전사하고 분석하는 일이 일상이였는데,  막상 그 결과들이 실제 현업에서 소용없게 되니 조금 억울하다. 물론 그동안의 경험과 공부가 지금 내 위치에서 조금 더 창의적으로, 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니 꼭 그렇지만은 않겠다. 그래도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그동안 연구했던 실험 결과들이 정말 기억이 안날까 싶다. 그동안 내가 연구하였던 여러 결과들을 조금씩 조금씩 기억 나는대로 남겨보려 한다.

 

왜 그래핀에 그리 집착을 하는지?


 그래핀이 학계에 주목을 크게 받은건 2010년 콘스탄틴 노보셀로브 교수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고 나서부터다. 항상 이상적인 그래핀의 특성이 주목받고 있었으나, 실제 그 특성을 실험적으로 구현하고 있지 못하였는데, 노보셀로브 교수팀이 스카치 테이프를 이용하여 흑연으로부터 단 한장의 탄소 시트로 이루어진 그래핀을 박리하였고, 그 특성을 실제 구현하여 많은 과학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물론 실험적으로 구현하였기 때문에 그 당시 박리한 그래핀 크기는 정말 매우 작았다). 이 때부터 거이 모든 연구 분야에서는 그래핀을 이용하여 실험을 진행하였다. 생물, 기계, 화학, 물리, 등등등.. 그래핀을 이용하여 연구하고 논문을 내면 유명한 저널지에 논문을 투고할 수 있었으니.. 특히 유독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심했다. 그래핀을 연구 안하는 대학교가 없었으니... 이런 이유로 나도 그래핀을 자연스럽게 연구하기 시작했다, 반 강제적으로. 물론 처음부터 그래핀을 연구했던건 아니다. 그래핀과 매우 비슷한 탄소나노튜브 (CNT : Carbon nanotube)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탄소나노튜브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그림2. 스카치 테이프를 이용하여 흑연으로부터 탄소 원자 두께의 그래핀 시트 1장을 박리하여 전자소자를 만든 사진

 우리가 흔히 광고에서 그래핀을 이용한 이어폰, 발열 담요, 코팅 필름과 같은 제품들을 볼 수 있는데, 모두 같은 그래핀은 아니다. 그리고, 그래핀을 이용하였기 때문에 그 제품 성능이 매우 뛰어나지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중에 적용되고 있는 그래핀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적인 특성을 지니는 그래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림3.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그래핀이 적용된 다양한 제품

(https://search.shopping.naver.com/search/all.nhn?query=%EA%B7%B8%EB%9E%98%ED%95%80+%EC%A0%9C%ED%92%88&frm=NVSCPRO&bt=0)


  아직까지 산업적으로 그래핀이 사용되지 못한 이유가 있다. 그래핀에 대해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세상을 바꿀 신소재", "강철보다 강도가 200배 이상 강한소재", "구리보다 전기가 100배 이상 잘통하는 신소재". 이런 이상적인 특성을 지니는 그래핀은 아직까지 상용화 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핀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흑연으로 부터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여 얻을 수 있는데, 이 외에도 전이금속 (transition metal)을 기판으로 이용하여 그 위에 그래핀을 성장시키는 방법도 있다. 그래핀은 크게 2가지 종류로 나뉠 수 있는데, 산화 그래핀 (Graphene oxide), 그리고 그래핀 (Graphene) 이다. 이렇게 나뉠 수 있는 이유는 그래핀을 성장 시키거나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재료/물질들은 그 구조를 이루는 형태, 그리고 그 재료가 지니는 결함 (defect)에 따라서 특성이 크게 상이하다. 그래핀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탄소(carbon) 하나하나가 벌집 구조 육각 형태를 이루고 있는데, 여기서 탄소 원자 하나가 없거나 그 형태가 완벽한 벌집구조 형태가 아니게 된다면 기계적, 화학적 물성이 저하가 된다. 만약 완벽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면 위에서 설명한 것 처럼 강철보다 강도가 200배 이상 강하고 구리보다 전기가 100배 이상 잘 통하는 특성을 지니게 될 것 이다. 하지만 이런 이상적인 구조를 지니는 그래핀은 그 기계적/물리적 특성이 매우 뛰어나 우리가 원하는 두께로 자유롭게 대량으로 얻기가 매우 힘들다. 예를 들어 내가 탄소 원자 하나 또는 수십층에 해당하는 두께의 그래핀 시트를 대량으로 얻고 싶은데... 서로 결합이 너무 강해서 떨어지지 (박리) 않는다면 생산성이 매우 떨어질 것 이다. 생산성이 좋지 못한 재료는 결국 산업적으로 쓰이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방법이 있는데, 그래핀을 인위적으로 산화(oxidation) 시켜서 그래핀의 층간 결합력을 저하시키고 이에 따라 원하는 두께의 시트를 얻는 방법이 있다. 


그림3. a) 그래핀과 그래핀 결함, b) 산화그래핀의 구조 


 앞에서 설명한것과 같이, 그래핀에 결함이 존재하거나 그 형태가 완벽하지 못하면 이상적인 물성을 구현할 수 없다. 그래핀 시트에 산소를 인위적으로 붙여 만드는 산화그래핀 같은 경우도 해당하는데, 이는 산소 원자 (-O) 또는 수산기 (-OH)가 붙음으로써 이미 원자간 반발력과 같은 힘으로 인해 그 형태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태의 산화그래핀이 나쁜것만은 아니다. 산화그래핀은 본연의 이상적인 특성을 발현하지는 못하지만, 대량 생산에는 매우 용이하다. 산화그래핀을 만드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쉽게 설명하면, 흑연 덩어리를 강산 처리를 통하여 인위적으로 결함과 산소, 수산기를 붙이고 이와 같은 과정에서 그래핀 층간결합이 약해지기 때문에 용액상태로 분산된 대량의 그래핀 용액을 쉽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산소/수산기가 붙은 형태의 그래핀을 환원 분위기에서의 열처리를 통하여 어느정도 본연의 특성으로 되돌리는 방법도 가능하다. 


  그림4. 흑연에서 산화그래핀, 산화/환원그래핀을 만드는 방법


 일단 상용적으로 그래핀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생산성이 좋아야 하며, 돈이 되어야 한다. 이상적인 그래핀을 대량으로 얻는 방법은 아직까지 기술적 한계로 인해 매우 어렵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산화그래핀을 이용한 제품들 위주로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판매되고 있는 "그래핀" 재료를 검색해보면 대부분 산화그래핀 일것이다. 몇몇의 연구용 고품질 그래핀 시트를 제외하고는. 그래핀을 검색하다보면 실제 그래핀을 이용한 제품의 기업들도 같이 검색되며, "그래핀 테마주" 라는 검색어로도 종종 보인다. 실제로 그래핀을 산업에 적용하여 제품화 하려는 기업들이 꽤 있다. 일예로, 상보, 쎄미시스코, 덕산하이메탈, 국일제지, 대창, 크리스탈신소재, 경인양행, 덕양산업 등등등..이와 같이 산업적으로 꾸준히 그래핀을 적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진행중이다. 산화그래핀이 나뿐것 만은 아니다. 실제로 그래핀 자체만의 특성이 현재 존재하는 다른 여러 재료의 단점을 극복할만한 장점도 여럿 지니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포스팅에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나는 전이금속 기판위에 그래핀을 화학기상증착법 (CVD: Chemical vapor deposition)으로 성장시키고 이를 원하는 기판에 전사하는 방법으로 그래핀을 연구/분석 하였다. 당연히 이런 연구 결과들은 회사가 좋아하지 않는다 (생산성 부족, 단가 높음). 작년에 회사에서 회의 중, 위에 어떤 상사가 대학원 시절에 무엇을 연구하였냐는 질문에 "그래핀을 연구 하였습니다." 라는 답변에 바로 콧방귀를 끼시더라. 오기가 생기지만 아직까지 현실이 그렇다. 부디 누군가 그래핀을 연구하여 실제 산업에 쓰일 수 있는 결과물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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